후원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새얼문화재단 뉴스레터 <새얼회보>에 짧은 글을 썼다. 이런 손발이 오그라드는 글을 일 년에 네 번이나 써야 한다. 뉴스레터 편집을 겸하고 있는 <황해문화> 전성원 편집장님과 친하게 지내지 말았어야 했다.

노벨상을 타려면 초콜릿을 많이 먹어야 한다?

황승식(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사회의학교실)

매년 시월이면 각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존 거든 교수와 일본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유도만능줄기 세포 연구에 관한 업적으로 공동 수상했다. 과학 분야 수상자만 16명을 배출한 일본을 부러워하며 한국은 왜 1명도 수상하지 못하는 지를 질타하는 훈계와 충고를 담은 기사가 연도만 달리하여 넘쳐난다.

의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뉴잉글랜드의학저널> 이번 주 호에 초콜릿 섭취, 인지 기능과 노벨상 수상이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프랜츠 메설리 박사가 2011년까지 국가별 초콜릿 섭취량과 노벨상 수상자 숫자를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뚜렷한 양의 상관성을 보였다.

분석 대상 국가 중 스웨덴은 1인당 연간 6.4 kg의 초콜릿을 섭취하므로 14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예상되는데 실제로는 32명으로 두 배가 넘었다. 저자는 먼저 스톡홀름에 있는 노벨 위원회가 후보자 중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애국심을 발휘한 결과이거나, 스웨덴 사람들이 특별히 초콜릿에 민감하여 조금만 먹어도 인지 기능이 촉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꼬았다.

두 번째 가설로 인지 기능이 활발한 사람들이 다크 초콜릿에 들어 있는 플라바놀이 몸에 좋다는 사실을 알고 초콜릿을 더 많이 소비했을 가능성을 들었는데, 국가별로 묶은 자료의 특성 상 인과 관계의 방향을 거꾸로 해석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마지막으로 여러 해에 걸쳐 초콜릿 소비와 노벨상 수상자 숫자를 비교할 만한 공통 분모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국가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다르고 지리와 기후 요인의 역할이 다르므로 이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려면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문장으로 맺고 있다.

모든 의학 논문에는 저자와 이해 관계가 있으면 밝혀 놓게 되어 있다. 인용한 논문 말미에 메설리 박사는 매일 일정량의 초콜릿을 섭취하고 있고, 대부분 린트 사의 다크 초콜릿이라는 문장이 실려 있다. <뉴잉글랜드의학저널>이 노벨상 수상자 발표 시기에 맞춰 통계 분석 결과를 넣고 논문 형식을 빌린 고급 유머를 구사한 셈이다.

노벨상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생리의학상도 기초 연구 중 새로운 결과와 해석으로 기존 연구를 발전시켜 적용시킬 가능성을 찾아낸 연구에 주로 시상된다. 한국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기 어려운 이유를 다양하게 들고 있지만 솔직한 이유는 수준 미달이기 때문이다.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환자 진료에 짓눌려 연구는 승진을 위한 보여주기 수준인 경우가 많다. 대학의 연구자는 다른 분야에 비해 0이 하나 적은 전체 연구비를 놓고 서로 다퉈야 한다. 연구비가 적다보니 규모 있는 연구는 엄두를 못내고 당연히 수준 있는 연구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단기 성과를 중시하다보니 유행을 따르는 연구가 양산되는 점도 문제다. 줄기세포가 유행할 무렵에는 모든 연구자가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융복합이 유행하니 모든 연구 계획서 제목이 융복합이다. 기초 의과학 연구 계획서 서식에 선진국 대비 수준이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성과를 계량적으로 써내라는 국가는 아마도 한국 밖에 없을 듯하다.

중국 당나라 말기 선승 임제 의현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여야만 비로소 해탈하여 도와 법을 터득한다고 하였다. 노벨상을 타겠다고 연구해야 노벨상을 타는 것이 아니고, 빌보드 차트 1위를 해야겠다며 곡을 만들어야 1위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젊은 기초 의과학 연구자가 불필요한 서류 작업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생계 걱정 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면 한국인 최초 노벨 생리의학상이라는 경사를 볼 확률이 결코 적지 않다. 물론 이런 지원이 현재의 제도와 여건에서 쉬운 일이 아니기에 급히 사온 다크 초콜릿을 베어 문 입맛이 쓰긴 하다.

(새얼뉴스레터 2012년 72호)

Posted by cyberdoc
:

디스커션 쓰기

중얼 연습 2012. 9. 5. 17:00 |

'내과학 연보(Ann Intern Med)' 저널은 투고 논문 가이드라인(http://annals.org/public/authorsinfo.aspx)에서 디스커션을 6단계로 구조화시켜서 작성하도록 권장하고, STROBE 문서도 이와 같은 방식을 적극 추천한다.

1. 주요 발견을 간단하게 요약하여 제시한다. 발견이 기존 지식 체계에 어떻게 추가될 수 있는지 특히 강조한다.
2. 발견에 대해 가능한 기전과 설명을 토의한다.
3. 이전 출판 논문으로부터 적절한 발견을 골라 연구 결과와 비교한다. 이전 발표 논문 확인을 위해 검색 자료원(예, MEDLINE)과 방법(예, 2005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다음 검색어를 이용하여 영어로 쓰인 논문을 검색)을 기술한다. 가능하면 이전 논문을 표와 그림으로 요약하는 것이 좋다.
4. 현재 연구의 제한점과, 제한점을 최소화하거나 보완하는데 이용될 어떤 방법이 있다면 토의한다.
5. 중요한 미래 연구 방향이 있다면 언급한다.
6. 결과의 임상적 함의를 간명하고 신중한 방식으로 요약하여 간략한 문단으로 결론을 맺는다.

Posted by cyberdoc
:

제바스티안 브란트의 <바보배> 중 55장은 '돌팔이의사 노릇 하는 바보'라는 장이다. 이 장도 흥미로운 대목이 여러군데라 옮기면서 짧은 언급을 보태본다.

1.

의술을 배우고도

병을 못 고치는 돌팔이의사는

말짱 사기꾼이라네.

>>> '난치병'의 시대를 지나 '만성 비감염성 질환(chronic non-communicable disease)' 관리의 시대지만 여전히 병을 치료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돌팔이 소리를 듣는 일은 흔하다.


2.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중병환자를 눕혀놓고

소변 검사나 하는 의사는 바보와 한 무리일세.

고작 뱉는 말이

"가만있게. 책부터 좀 찾아보고 천천히 처방을 말함세!"

>>> 중환자실에서 시행되는 수많은 검사가 겹친다. 고작 뱉는 말이 "잠시만요. 컨퍼런스 해보고 천천히 말씀드릴게요!"로 고쳐써도 된다.


3.

의술을 배웠노라 큰 소리 떵떵 치지만

쓸 만한 의사는 하나도 없네.

>>> 미디어에 명의는 차고 넘치지만 정작 의료 전달체계는 붕괴 직전이다. 수신지 작가의 <3그램>에 실린 한 대목을 보라.


4.

세상의 모든 질병을 다 고치겠노라,

세상 으뜸가는 의술이라고 간판을 떡 내걸고

젊은이, 늙은이, 어린이, 남성, 여성의

습한 병, 건조한 병, 열이 차는 병, 냉한 병

만병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환영일세.

>>> 현대 의과대학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일차 진료의(primary care physician)'의 양성이다. 대학병원에서 수련 받아도 개업하면 모두 흔한 질병을 진료하게 된다. 의료비 증가 억제 대책으로 전문의 과잉을 지적하고 관련 대책을 입안할 경우 의사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5.

돌팔이의사란

송사에 힘 못 쓰는 변호사요,

죄악과 악행의 종류를 구분하고

참회의 방식을 찾아서

가르쳐줄 능력이 없는

고해 신부와 같으니,

이성을 잃은 바보에게는 백약이 무효라네.

>>> 돌팔이의사를 송사에 힘 못 쓰는 변호사에 비유한 대목을 읽으면 이 책이 15세기에 쓰였는지 21세기에 쓰였는지 분간하기 힘들다. 21세기에는 이성을 잃은 바보에게도 정신 건강을 챙길 권리가 있다. 이성을 잃지 않은 바보가 백약이 무효다.







Posted by cyberdoc
:


제바스티안 브란트가 1494년에 쓴 <바보배>라는 책 중 '의사 말을 안 듣는 바보'라는 제목의 장이 있다. 무려 500년도 더 된 책인데 지금 읽어봐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1.

의사가 환부를 절개해서 열고,

탐침으로 후비고,

상처를 봉합하고, 씻고, 붕대로 감고,

심지어 살갗을 벗겨내도 꾹 참고 견뎌야 하네.

>>> 인턴 시절 응급실에서 마취하지 말고 꿰매면 안되냐고 했던 양아치가 생각난다. 자기가 무슨 관운장인줄 안다. 한국 남자는 삼국지를 너무 많이 읽어서 문제다.


2.

훌륭한 의사는

환자의 목숨이 경각이라도 모른 척하지 않네.

병세가 아무리 위중할지라도

회복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네.

>>> 요즘 이랬다가는 과잉 진료 소리 듣기 딱 알맞다. 물론 말기 암환자의 고통 경감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하다.


3.

또 늙은 노파들의 케케묵은 비법을 철석같이 믿고,

부적과 엉터리 약초를 가지고

임종 세례를 받으려는 사람은.

그랬다가는 지옥으로 직행한다네.

>>> 글이 쓰인 15세기가 아니라 21세기에도 이런 사람이 너무 많다. 양방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은 한 세대가 지나면 달라질 것인가?


4.

병을 감쪽같이 떼준다는

미신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걸 다 끌어 모으면

이단의 책이라도 한 권 쓰겠네.


나 같으면 위의 구절을 다음과 같이 다시 써볼 듯하다.

병을 감쪽같이 떼준다는

스팸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걸 다 끌어 모으면

베스트셀러라도 한 권 쓰겠네.


5.

돌팔이들은 이렇게 말하네.

"몸뚱이가 살아 있으면 영혼은 절로 따라 붙는 거요!"

>>> 본래 쓰인 맥락과 무관하게 물신주의에 빠진 현대의 많은 의사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중얼 연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스커션 쓰기  (0) 2012.09.05
[인용] 돌팔이의사 노릇 하는 바보  (0) 2012.07.08
왜 전라도 사투리인가?  (0) 2012.06.05
'생존 분석: 자습서(3판)' 헌사  (0) 2012.05.20
[인용] How to live, How to love  (0) 2012.05.18
Posted by cyberdoc
:


"자궁에 혹이 생긴 것 같어라우." 그녀는 접수직원에게 말했다. "의사 선생님이 한번 봐줬으믄 좋겄는디요." ('제1장 검진', 29쪽)

"이 책에는 흑인들 특유의 생생한 사투리체 대화가 많이 등장한다. 책의 서문에 밝히고 있듯이, 저자는 원서에서 흑인들의 정서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이들의 표현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살려놓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대화를 원서의 느낌 그대로 생동감 있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고심했다. 저자 역시 자신의 의도가 번역서에도 그대로 담기기를 주문했다. 이에 우리는 문학동네 편집부와 상의하여 전라도 사투리로 번역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역자들이 이 지역 사투리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까닭에, 추후 남도 출신 소설가 한창훈 선생님의 감수를 거쳤다." ('옮긴이의 말', 500쪽)


역자와 편집부는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 본문 중 미국 남부 흑인들의 억양을 왜 전라도 사투리로 번역하기로 결정했을까? 미국 역사와 한국 현대사에서 '비주류'라는 키워드로 풀어낼 수는 있겠지만 역자와 편집부의 선택이 자칫 '차별'이라고 느낄 독자를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나만 그런가?

Posted by cyberdoc
:

레이철 로빈슨

모리스 디스

아웅산 수 치

존 루이스

그리고

유명하건 그렇지 않건 인류애라는 가치의 혜택을 위한 신념을 지지하는 용기를 가진 다른 무수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작년 8월에 나온 클라인바움 선생님의 '생존 분석: 자습서(3판)'은 위의 인물들에게 책을 바친다고 나와 있다. 아웅산 수 치 여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위키 백과를 찾아보고서야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됐다.

먼저 레이철 로빈슨(1922년 생)은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의 부인으로 원래 간호사였던 그는 이후 예일대 간호대 교수와 코네티컷 주 정신건강센터 간호부장을 역임했다. 1973년 남편 재키 로빈슨이 서거한 후 재키 로빈슨 재단을 설립하여 여전히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모리스 디스(1936년 생)는 '남부 빈곤 법 센터(Southern Poverty Law Center)'의 공동 창립자로 차별 사례를 찾아 조직적인 법적 대응을 해온 인권 운동가로 소개되어 있다.

존 루이스(1940년 생)는 미국 민권 운동의 리더로 '학생 비폭력 공동 위원회(Student Nonviolent Coordination Commitee)' 의장을 역임하며 분리를 끝장내기 위한 투쟁의 중심 역할을 하였다. 현재 조지아주 5 지역 민주당 하원의원이며 가장 리버럴한 입법 활동을 하는 의원 중 한 명이다.

2판 헌사와 마찬가지로 클라인바움 선생님의 민권과 야구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헌사다.

Posted by cyberdoc
:


인용문은 고 장영희 교수의 강연록 묶음인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중 'How to live, How to love'라는 절 29-33쪽에 실린 일화이다. 2001년 일화이고 대화를 나눈 의대 교수가 제대로 전달을 못했을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교양과정이 거의 다 문학으로만 되어 있다'는 표현은 과장인 듯하다. 2012-2013년 하버드 의대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문학과 의학'은 블록 과목으로 4주 과정 선택 과목에 들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을 문학에서 배웠'다는 문장은 인상적이다.

p.s 이윤중 선생님의 댓글을 읽고 확인해보니 'Literature and Medicine'은 '문학과 의학'이 아니라 '문헌과 의학'으로 의학 논문 출판과 관련된 과정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더더욱 '교양과정이 거의 다 문학으로만 되어 있다'는 표현의 근거가 궁금해진다.


제가 2001년 하버드 대학에 교환교수로 안식년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여러 분야의 교수님들이 모인 회식 자리가 있었는데, 제 옆에 생뚱맞게 하버드 대 메디컬 스쿨 교수님이 앉았습니다. 옆에 앉아 있으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제가 깜짝 놀란 것은 그 교수님이 영문학을 전공한 저보다 더 문학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부끄럽기도 하고 뻘쭘하기도 해 그 교수님에게 물어보았지요.

"어떻게 그렇게 문학에 대한 지식이 많으신가요? 따로 공부를 하시나요?"

그랬더니 그 교수님 대답이 하버드 의대에서는 교양과정이 거의 다 문학으로만 되어 있다는 겁니다. 열에 아홉 이상이 문학 과목이고, 그런 과정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대 MIT도 같다고 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또 공대를 다니는 사람이 뭐하러 문학을 공부하나 하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전 용기를 내어 물었습니다.

"아니, 왜 메디컬 스쿨 교양강좌에서 문학을 배워요? 손가락이 어떻게 생기고, 눈이 어떻게 생기고 그런 기초적인 신체 구조를 배워야 되는 것 아닌가요?"

아마 그 교수님은 제가 굉장히 무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겁니다. 저를 무척 'hopeless, impossible'한 사람이라고 보았는지, 가만히 한숨을 쉬고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하다 보면 제가 생각해도 참 이상한 점이 있어요. 마음이 아주 평화롭고 행복한 사람, 이 세상을 즐기며 사는 사람, 마음이 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 세상을 즐기며 사는 사람, 마음이 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러니까 막 속이 타들어가고, 고뇌에 빠져 있고, 무언가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 다 구별이 돼요.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거지요."

정말 웃기는 말 아닌가요? 어떻게 초음파를 통해서 그 사람이 착한지 아닌지, 또 고뇌에 차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겠어요?  그런데 그 교수님은 덧붙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건 아마도 내가 문학을 많이 공부해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물론 이것은 과학적인 근거도 없고, 그래서 증명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치료한다는 것은 환자의 마음까지 포함한다는 것이고,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어야 그 사람을 잘 치료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나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을 문학에서 배웠습니다. 그러니 의사가 되기 위해서 문학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비단 의사뿐만이 아니라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문학이 가장 기본이며 인간다움을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문학은 학문이라기보다 삶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이란 일종의 대리 경험입니다. 시간적, 공간적, 상황적인 한계 때문에 이 세상의 모든 경험을 다 하고 살 수 없는 우리에게 문학은 삶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줍니다.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내가 그 작품 속의 주인공이 되어 대리 경험을 하고, 내가 어떻게 해야 인간답게, 또 후회 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는 거에요.

한마디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배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고 남을 생각하며 살아가는가, 기계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고 더 풍요롭게 살아가는가를 문학 작품을 통해 배우는 것이지요. 삶에 눈뜬다는 것은 아픈 경험이지만 이 세상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는 꼭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거에요.

Posted by cyberdoc
:

검색을 하다 국제 역학회지 2001년 30권 3호에 신임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된 짐 용 김 총장이 저자로 참여한 '성장을 위한 죽음(Dying for Growth)'에 대한 서평(원문 링크: http://goo.gl/tpKjh)이 실린 것을 발견하고 발번역을 했다. 번역이 후진건 전적으로 내 탓이지만 원문 문장도 읽기에 참 난삽하다.


[서평] 성장을 위한 죽음: 지구적 불평등과 가난한 사람의 건강

저자: 짐 용 김, 조이스 V. 밀런, 알렉 어윈, 존 거쉬먼

필자: 새라 맥팔레인

풍요롭게 높이 솟은 빌딩을 배경으로 한 표지 사진은 다른 사람들의 더욱 특권적인 존재로부터 쏟아져 나온 쓰레기 더미에 살고 있는 어린 소녀의 삶을 생각하도록 독자를 이끈다. 이 장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개인과 지역사회가 빈곤과 불건강을 이겨내기 위해 전투를 벌이며 투쟁하는 다른 많은 생생한 사례가 성장을 위한 죽음의 저자들이 경제적 성장은 모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가정을 폭로하는 시도를 이끈 분노의 감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사례 연구 선집은 20세기 동안 평균적으로 건강이 향상되어 왔지만 인구 집단 간 불평등은 가난한 사람을 제물로 삼아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학술적 논문을 위한 풍부한 예시를 제공해준다. 놀라운 부와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수 백 만 명의 가난한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죽는다.

여러 저자의 글을 모은 성장을 위한 죽음은 건강과 사회 정의 연구소가 발간하는 태도 총서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논의에 양적 형식의 익숙함이 없지만 주의 깊게 추론한 국가 연구는 경제 성장이 만병통치약과는 거리가 아주 먼, 때로 가난하고 겨우겨우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증대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복잡한 정치 경제 역사와 최근 경제 구조 조정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빈곤과 원조 사이의 치명적인 상승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아이티의 빈곤은 그들의 고통이 우연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아이티 사람들이나 외국인의 의도에 의해 일어났다고 이해된다. 페루에서는 한 여성이 상승하는 민간 의료비에 직면하여 결핵을 치료받지 못하고 사는 선택을 하는 반면, 정책 입안자는 외채 압박 아래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다. 시장 경제 도입과 함께 러시아에서는 출산율 감소, 낮은 기대 수명과 남성 사망률 증가에 대한 우려가 늘고 있다. 경제적 용어에 대한 신비로움을 걷어내는 효과적인 사례를 짜맞춤으로써 저자들은 목격된 반복되는 취약성에 대한 공통 뿌리지역이나 개인의 환경 수준에서 지구적 기관으로부터 유래한 정책 측정의 산물로서 견고화된 빈곤임을 결론내리고 있다.

책의 의도는 단순히 서술하고 분석하기 위함이 아니라 변화를 위해 싸우는 것이다. 실제로 마지막 장에 대부분 미국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일부는 개발도상국에도 있는, 가난한 사람과 연대에 역점을 두는 사회 정의 기관의 인상적인 목록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화라는 경제적 힘의 수혜자로서 우리 각각이 할 수 있는 뭔가가 있겠지만 변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동인은 이 책을 거의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저자들에게 이는 ?’라는 질문을 던져 일상적인 전문가적 의무를 뛰어넘는 열의를 고취시키는 빈곤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임상적 상호 작용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저자들은 전문가적 전망을 확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가들이 가난한 사람에 대한 공중보건학적 전망을 껴안을 수 있도록 북돋웠다. 그래서 역학자에 대해서는 어떻다는 것인가?

이 책과 최근 학술 논문에서 드러난 많은 건강 불평등은 이미 역학자들에 의해 관찰되고 설명되어온 것들이다. 하지만, 변이의 개념이 역학적 기법에서 가장 중요함에도, 근원을 탐구하고 불공평에 의문을 제기하기 보다는 꺼려왔다[1]. 이 책에서 65쪽에 걸쳐 잘 정리된 참고 문헌 중에 국제 역학회지에 실린 논문은 단 한 편도 찾을 수 없었다. 저널 데이터베이스를 얼른 뒤져보니 19753월 이래로 단 열 편이 빈곤이라는 단어를, 일곱 편이 불평등, 다섯 편이 형평을 논문 제목과 초록에 쓰고 있었다. 사회적인 측면과 과학적인 측면에서 책임과 우선 순위 설정, 그리고 역학의 미래에 대한 생생한 토론이 잘 다뤄져 있다[2]. 그러나 또다른 도전을 통해서만 표현된 여러 범위의 관점이 출판된 논문의 범위에 반영되도록 보증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 수행된 역학 연구지만 종합하여 표현하는 리뷰를 통해 건강의 인구학적 및 사회 불평등이 잘 강조될 것이다. (아마 Shaw 등의 문장[3]에 대한 Lynch의 열정적인 리뷰[4]가 될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중 보건 해법을 찾기 위해 역학적 기법을 이용한 연구자들의 논문, 건강 형평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공중 보건 전문가가 이용한 방법론에 대한 비평, 경제적 전략과 건강 결과에 대해 더욱 믿을만한 국제 데이터를 위해 성장을 위한 죽음의 저자들의 외침에 대응할 획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쯤이면 수사학이 아니라 근거에 기반하여 역학의 본질에 대한 토론이 이뤄질 지도 모른다. 이 책의 개정판은 분석과 열정의 측면에서 더욱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표지에 실린 어린 소녀의 눈에 희미하게나마 희망의 깜박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Beaglehole R, Bonita R. Public health at the crossroads: achievements and prospects.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7, p.120.

2. The Future of Epidemiology. Int J Epidemiol 1999;28:S995S1024.

3. Shaw M, Dorling D, Gordon D, Davey Smith G (eds). The Widening Gap. Bristol: The Policy Press, 1999, p.267.

4. Lynch J. The Widening Gap (Book Review) Int J Epidemiol 2000;29:1099.

'중얼 연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전라도 사투리인가?  (0) 2012.06.05
'생존 분석: 자습서(3판)' 헌사  (0) 2012.05.20
[인용] How to live, How to love  (0) 2012.05.18
건강 노동자 효과  (0) 2011.10.26
'생존분석: 자습서(2판)' 헌사  (0) 2011.10.24
Posted by cyberdoc
:

건강 노동자 효과

중얼 연습 2011. 10. 26. 14:04 |
건강 노동자 효과(healthy worker effect)라는 용어는, 지금은 기후 변화와 건강이라는 주제에 천착하고 있는 Tony McMichael이 쓴 1974년도 J Occup Med 논문에서 최초로 보고되었고, 75년도 논문에서 용어화되었다.


Abstract:
The age-standardized mortality ratio (SMR) is a relative index of mortality, expressing the mortality experience of the study population relative to that of a comparison ("standard") population. With the general population as the "standard", the SMR for an occupational population will underestimate the mortality experience of that latter population (since it comprises individuals necessarily healthy enough to be employable --and whose mortality risk is therefore initially lower than the general population average). However, this "healthy worker effect" does not equally to all groups within the study population. Therefore, if one attempts to adjust for this effect, the summary nature of the SMR must be recognized, and allowance must be made for variation in the healthy worker effect between different age groups, different races, different work-status groups, different causes of death, and different elapsed-time periods of observation.

역학사전(Dictionary of Epidemiology) 5판 정의. 

HEALTHY WORKER EFFECT A phenomenon observed initially in studies of occupational diseases: workers often exhibit lower overall death rates than the general population,because persons who are severely ill and chronically disabled are ordinarily excluded from employment or leave employment early [230]. Death rates in the general population may be inappropriate for comparison if this effect is not taken into account. Similar effects are known for military personnel, migrants, and other groups.

건강 노동자 효과 직업성 질환 연구에서 최초로 관찰된 현상으로 종종 노동자들은 일반 인구보다 전체 사망률이 더 낮게 제시되는데, 그 까닭은 심각하게 아프거나 계속 장애가 있는 사람이 고용에서 배제되거나 일찍 퇴직하기 때문이다[230]. 만약 이 효과가 고려되지 않는다면 일반 인구 사망률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이다. 비슷한 효과가 군인, 이민자, 기타 집단 등에서 알려져 있다.

[230] McMichael AJ, Spirtas R, Kupper LL. An epidemiologic study of mortality within a cohort of rubber workers, 1964.72. J Occup Med 1974; 16:458.464. 
Posted by cyberdoc
:


로자 파크스

넬슨 만델라

딘 스미스

샌디 쿠팩스


그리고


유명하건 그렇지 않건 인류애라는 가치의 혜택을 위한 신념을 지지하는 용기를 가진 다른 무수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안원장이 박후보 지지 방문하여 전달한 편지에서 로자 파크스를 언급했다는 기사를 읽으니, 이번 학기 대학원 '생존분석론' 수업 교재로 쓰고 있는 'Survival Analysis: A Self-Learning Text'에 실린 헌사가 떠올랐다.


Posted by cyberdo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