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적 생각은 언젠가 반드시 읽고 쓰는 능력과 마찬가지로 유효한 시민권에 필수적인 것이 될 것이다.” 웰스가 한 말이다.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271쪽)


통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는 문장이지만 정확한 인용은 아니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1903년작 『만들어지고 있는 인류 Mankind in the making』에 수학적 분석이 중요하다는 표현이 들어간 문장이 실려있지만 통계학에 관한 언급은 없다. 이 문장이 유명해진 계기는 따로 있다. 저명한 통계학자이며 미국 통계학회장을 지낸 사무엘 윌크스( Samuel S. Wilks: http://goo.gl/0pyp4t )가 1950년 110차 미국 통계학회 연례 회의 연설에서 웰스를 빌어 미래의 시민은 통계적 사고가 읽고 쓰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하게 될 것이라는 표현을 남겨 널리 퍼지게 됐다. 웰스의 표현이 바뀌어 온 과정은 텍사스 대학의 제임스 탱커드 주니어가 쓴 「통계학에 대한H. G. 웰스의 언급: 정확한 질문」이라는 소논문에 상세히 나와 있다. ( 출처: http://goo.gl/eYYDxM )


위와 같은 내용을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옮긴이 주에 남긴 적이 있다. 『지금 생각이 답이다』 후주를 보니 논란의 결정판이 아래와 같이 나와 있으므로 기억을 위해 옮겨 둔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1938년 작 『세계 두뇌 World Brain』 http://goo.gl/NXMYiz 에 "오늘날은 통계적 방법에 대한 확실한 기초 훈련이 읽기와 쓰기만큼이나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되고 있다. A certain elementary training in statistical method is becoming as necessary for anyone living in this world of today as reading and writing."가 실려 있으므로 앞으로는 이 문장과 출처를 정확히 인용하면 된다가 결론이다.


PART 2 이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떻게 현명한 판단을 내릴까? | 불확실성 다루기


오늘날은 통계적 방법에 대한 확실한 기초 훈련이 읽기와 쓰기만큼이나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되고 있다. - 허버트 조지 웰스1


1 | 이 짧은 인용문에는 긴 뒷이야기가 있다. 고전적인 책  『새빨간 거짓말, 통계 How to Lie with Statistics』에 "언젠가 통계적 사고는 읽고 쓰는 능력처럼 시민의 소양이 될 날이 올 것이다"라는 묘비명(원문이 epitaph지만 웰스의 묘비명이 아니므로 '예시문' 정도가 적당할 듯하다 - 인용자 주)이 등장한다.  이 인용문은 웰스가 한 말이지만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사실 수백 명이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이 인용문을 사용한다. 나는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서 각주를 달아 출처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웰스는 100권이 넘는 책을 썼고) 다른 사람이 만들어 낸 말인지도 모른다. 나는 많은 편지를 받았는데, 여기에는 웰스의 예측은 수학의 역할에 관한 것이지 통계에 관한 것이 아닌데도 통계학자들은 이를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J. W. Tankard (1979)의 논문도 있었다. Tankard는 웰스가 "진정한 수학 훈련"을 촉구했다면서 "계산할 수 있는 능력과 평균, 최솟값, 최댓값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계산력이 읽고 쓰는 능력과 같기 때문이다"(pp 30-31)라는 그의 말을 인용했다. Tankard는 또 이외에는 특별히 통계에 대해 다룬 부분이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는 웰스의 전기 작가 중 한 명인 Lovat Dickson을 인용했다.

내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던 차에 영국의 사서 Geoffrey Hunt에게서 웰스의 World Brain (1938/1994) 한 권이 배달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그 책에 이 문구가 있었다. "오늘날은 통계적 방법에 대한 확실한 기초 훈련이 읽기와 쓰기만큼이나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되고 있다"(p. 141). 이로써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도 이 유명한 인용문의 핵심이 확인되었다. (게르트 기거렌처,  『지금 생각이 답이다』, 384쪽)


p.s 웰스의 원문 중 'a certain'을 '확실한'으로 옮긴 대목이 약간 불만이었는데 영어를 전공한 지인께서 '특정한'이라는 뜻에 가깝다고 설명해주었다. 앞으로 "오늘날 일정한 기본 통계 교육은 읽기와 쓰기만큼이나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항목이 되고 있다." 정도로 옮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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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트 기거렌처 선생의 신작 'Risk Savvy'가 『지금 생각이 답이다』라는 제목으로 옮겨져 나왔다. 원서가 나온 지 한 달 여만에 역서가 나왔으니 판권 계약을 미리 맺고 번역 작업도 빨리 진행한 듯하다. 사실 『지금 생각이 답이다』라는 역서 제목은 전작 'Gut Feelings'에 어울리는 제목이긴 하다. 역서가 판매되자마자 주문해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기거렌처 선생의 의료계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꽤나 세졌음을 알 수 있었다. 번역은 매끄러운 편이라 고유 명사 몇 군데를 빼고 크게 흠잡을 데 없는 편집이라고 생각했던 찰나 인용문 원문을 찾아보기 위해 책 뒤를 펼친 순간 참고문헌 목록이 통째로 빠져 있음을 발견했다. 물론 찾아보기도 없었다.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작업에서도 찾아보기를 넣지 못한 대목이 가장 아쉬웠다.) 참고문헌 목록을 새로 만들어 파일로 올려두었으니 책을 구입한 분 중 참고문헌에 관심 있는 분들은 내려 받기 바란다. 물론 출판사가 2쇄를 찍을 때 참고문헌 목록을 넣어주는 편이 가장 바람직하다.


게르트 기거렌처-지금 생각이 답이다-2014-참고문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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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트 기거렌처와 뮈어 그레이가 편집한 <더 나은 의사, 더 나은 환자, 더 나은 결정: 2020년 보건의료에 대한 상상> 책자 http://goo.gl/V9CLa8 9장 제목은 '의사들의 통계맹(Statistical Illiteracy in Doctors)'이다. 최근 갑상선암 검진 논쟁 중에 검진 효과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의사들이 조기검진의 이득과 손해를 알고 있는지, 의사들이 5년 생존율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다룬 두 대목을 옮겨둔다. 기거렌처 선생이 언급한 독일 의사들 사례를 보면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 의사들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더 잘 알고 더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의사들이 조기검진의 이득과 손해를 알고 있는가?


위의 사례는 많은 부인과 의사들이 유방촬영술의 이득과 손해를 거의 모르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상황이 부인과 전문의에만 국한된 독특한 상황인가?

전립선암특이항원(PSA) 검진을 살펴보자. 2004년 미국 소비자 보고서와 같은 위상을 지닌 독일 슈티프퉁 바렌테스트는 비뇨기과 전문의 상담의 질을 조사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 내과의사인 60세 남자가 신분을 숨기고 베를린에 있는 135명의 비뇨기과 전문의 중 무작위로 뽑은 20명을 방문하여 PSA 검진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Schtiftung Warentest 2004). 의학회 지침에는 환자한테 처음으로 PSA 검사를 실시하기 전에 철저하고 체계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나와 있다. 예를 들어, 상담 의사는 PSA 검사가 암을 놓치거나 잘못된 경보를 내릴 수도 있음을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환자 역시 실제 양성 결과가 나올 지라도 (비진행성 암이 있으므로) 모든 암이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치료가 요실금이나 발기부전과 같은 손해를 입힐 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환자는 기대할 수 있는 이득과 손해가 얼마나 큰 지를 반드시 배워야 한다. PSA 검진은 남성 1,000명 당 0에서 0.7명의 전립선암 사망을 예방한다(Andriole 등. 2009; Schröder 등. 2009). 미국에서 수행된 무작위 시험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전체 암 사망 측면에서 PSA 검진은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했다(Andriole 등. 2009). 반면, PSA 검진은 손해를 입힐 수 있다. 유럽에서 수행된 무작위 시험(Schröder 등. 2009) 결과 검진을 받은 남성 1,000명 중 약 30명이 만일 진단되지 않았다면 일생 동안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거나 사망에 이르게 되지도 않았을 비진행성암으로 치료받게 될 것이고, 이들은 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결코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20명의 비뇨기과 전문의 중 단 2명만 적절한 정보를 알고 있었고 환자의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다른 네 명은 정보의 일부만 알았다. 한편, 비뇨기과 전문의 대다수인 14명은 환자의 질문에 대부분 답할 수 없었고, PSA 검진으로 생명 연장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잘못 주장했으며,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깨닫지도 못했다.


의사들이 5년 생존율을 이해하고 있는가?


검진 이득은 종종 시간이나 집단 사이 5년 생존율의 변화로 짜맞춰진다. 그러나, 5년 생존율이 더 높다고 해서 항상 환자가 더 오래살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5년 생존율의 변화는 사망률의 변화와 상관성이 없다(r=0.0)(Welch 등. 2000). 이와 같이 상관성이 없는 이유는 두 종류의 바이어스 때문이다. 첫째, 검진은 사망 시점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조기 진단만 하게 되어 발견과 사망 사이 시간을 늘린다(조기발견 lead-time 바이어스). 둘째, 검진은 비진행성 암 사례를 발견하여 생존율을 부풀린다. 왜냐하면 정의상 이러한 사람들은 진단된 암으로 죽지 않기 때문이다(과잉진단 overdiagnosis 바이어스). 의사들은 5년 생존율 변화라는 잘못된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최근 연구(Wegwarth 등. 2012)에 독일의 내과 전문의 65명을 대상으로 미국 암등록자료(SEER)에 나와 있는 전립선암의 5년 생존율과 질병 특수 사망률 데이터를 제시한 결과가 나와 있다. 5년 생존율 변화를 검토한 의사 중 66%는 검진이 믿을만하고 미래의 환자들에게 반드시 권고해야 되겠다고 느꼈으며, 79%는 효과적이라고 판정했다. 반면, 사망률 데이터를 제시했을 때, 같은 의사 중 단 8%만 검진을 권고했고 5%만 효과적이라고 판정했다. 의사들에게 매년 1,000명의 남성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다면 얼마나 많은 사망이 예방될 수 있을지 추정해보도록 물었다. 5년 생존율을 제시했을 때 평균 150명의 사망을 예방한다고 추정했지만, SEER 자료에서 전립선암 사망률 감소는 0명이다. 사망률을 보여줬을 때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의사가 생명 연장이 한 명도 없음을 이해했다. 최종적으로, 단 두 명의 의사만 조기발견 바이어스의 개념을 이해했고, 과잉진단 바이어스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 연구는 5년 생존율이 암검진의 이득에 대해 의사들을 오도하고 있으며 사망률이 좀더 교육적임을 예시로 보여주고 있다. 또다른 사례는 상대 위험과 절대 위험의 이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참고문헌

Andriole GL, Crawford ED, Grubb RL 3rd., et al. Mortality results from a randomized prostate-cancer screening trial. N Engl J Med 2009;360(13):1310-1319. http://goo.gl/IdJkl

Schröder FS, Hugosson J, Roobol MJ., et al. Screening and prostate-cancer mortality in a randomized European study. N Engl J Med 2009;360(13):1320-1328. http://goo.gl/mxzIGE

Wegwarth O, Schwartz LM, Woloshin S, Gaissmaier W, Gigerenzer G. Do physicians understand cancer screening statistics? A national survey of primary care physicians in the United States. Ann Intern Med 2012;156(5):340-349. http://goo.gl/i6dV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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