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바스티안 브란트가 1494년에 쓴 <바보배>라는 책 중 '의사 말을 안 듣는 바보'라는 제목의 장이 있다. 무려 500년도 더 된 책인데 지금 읽어봐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1.

의사가 환부를 절개해서 열고,

탐침으로 후비고,

상처를 봉합하고, 씻고, 붕대로 감고,

심지어 살갗을 벗겨내도 꾹 참고 견뎌야 하네.

>>> 인턴 시절 응급실에서 마취하지 말고 꿰매면 안되냐고 했던 양아치가 생각난다. 자기가 무슨 관운장인줄 안다. 한국 남자는 삼국지를 너무 많이 읽어서 문제다.


2.

훌륭한 의사는

환자의 목숨이 경각이라도 모른 척하지 않네.

병세가 아무리 위중할지라도

회복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네.

>>> 요즘 이랬다가는 과잉 진료 소리 듣기 딱 알맞다. 물론 말기 암환자의 고통 경감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하다.


3.

또 늙은 노파들의 케케묵은 비법을 철석같이 믿고,

부적과 엉터리 약초를 가지고

임종 세례를 받으려는 사람은.

그랬다가는 지옥으로 직행한다네.

>>> 글이 쓰인 15세기가 아니라 21세기에도 이런 사람이 너무 많다. 양방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은 한 세대가 지나면 달라질 것인가?


4.

병을 감쪽같이 떼준다는

미신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걸 다 끌어 모으면

이단의 책이라도 한 권 쓰겠네.


나 같으면 위의 구절을 다음과 같이 다시 써볼 듯하다.

병을 감쪽같이 떼준다는

스팸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걸 다 끌어 모으면

베스트셀러라도 한 권 쓰겠네.


5.

돌팔이들은 이렇게 말하네.

"몸뚱이가 살아 있으면 영혼은 절로 따라 붙는 거요!"

>>> 본래 쓰인 맥락과 무관하게 물신주의에 빠진 현대의 많은 의사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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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yber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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