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지어 살갗을 벗겨내도 꾹 참고 견뎌야 하네.
>>> 인턴 시절 응급실에서 마취하지 말고 꿰매면 안되냐고 했던 양아치가 생각난다. 자기가 무슨 관운장인줄 안다. 한국 남자는 삼국지를 너무 많이 읽어서 문제다.
2.
환자의 목숨이 경각이라도 모른 척하지 않네.
회복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네.
>>> 요즘 이랬다가는 과잉 진료 소리 듣기 딱 알맞다. 물론 말기 암환자의 고통 경감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하다.
3.
임종 세례를 받으려는 사람은.
그랬다가는 지옥으로 직행한다네.
>>> 글이 쓰인 15세기가 아니라 21세기에도 이런 사람이 너무 많다. 양방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은 한 세대가 지나면 달라질 것인가?
4.
이단의 책이라도 한 권 쓰겠네.
나 같으면 위의 구절을 다음과 같이 다시 써볼 듯하다.
베스트셀러라도 한 권 쓰겠네.
5.
돌팔이들은 이렇게 말하네.
>>> 본래 쓰인 맥락과 무관하게 물신주의에 빠진 현대의 많은 의사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38
병이 깊어 다급한 처지에도
의사 말 못 믿겠네, 하고 버티다가는
제 목숨이 간당거리게 된다네!
바보라네, 위급한 순간에
의사 충고 못 알아듣는 사람은.
의사 처방에 얌전히 따르며
몸조리하기는커녕
포도주는 싫다, 맹물을 들이키고,
환자가 멀리할 일을 골라서 하고,
시들어가는 욕망을 다시 쑤셔서 불사르다가,
무덤에 걸어 들어간다네.
병고를 얼른 털어내려면
병이 찾아온 첫 무렵에 맞싸워야 하네.
병세가 이미 퍼져 만연했다면
치료도 오래 끌 수밖에 없다네.
건강을 속히 되찾고 싶다면
의사에게 아픈 곳을 또박또박 고하고,
의사가 환부를 절개해서 열고,
탐침으로 후비고,
상처를 봉합하고, 씻고, 붕대로 감고,
심지어 살갗을 벗겨내도 꾹 참고 견뎌야 하네.
그것은 의사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하는 일이니,
혼령이 육신을 떠나가지 않게 함일세.
훌륭한 의사는
환자의 목숨이 경각이라도 모른 척하지 않네.
병세가 아무리 위중할지라도
회복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네.
의사에게 안 아픈 척 병을 감추고,
신부에게 거짓말로 고해하고,
변호사에게 엉터리 증언을 한다면
어찌 올바른 조언을 기대할 수 있겠나?
그런 사람은 짐짓 자신을 속이니
손해를 몽땅 혼자서 뒤집어쓰리라.
바보라네, 의사에게 도움을 청하고는
의사 말씀을 우습게 듣는 사람은.
또 늙은 노파들의 케케묵은 비법을 철석같이 믿고,
부적과 엉터리 약초를 가지고
임종 세례를 받으려는 사람은.
그랬다가는 지옥으로 직행한다네.
병을 감쪽같이 떼준다는
미신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걸 다 끌어 모으면
이단의 책이라도 한 권 쓰겠네.
병든 사람은 행여 몸을 고쳐볼까 싶어서
물불 가리지 않고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네.
앓던 병이 낫기만 한다면야,
또 고단한 병고의 근심을 덜고
몸에 좋다고 한다면야
악마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사람도 줄을 섰다네.
하느님을 배신해도 좋아,
건강할 수만 있다면.
지혜가 없어도 좋아,
똑똑하고 박식하기만 하면 그만이지,
그런 됨됨이는 건강한 게 아니라 허약하고,
지혜보다 어리석음에 빠진 변변찮은 인간이니,
병마에 팍삭 찌들어
눈멀고 망령 든 얼간이가 된다네.
또 죄악의 샘에서 솟아나는 병도 있다네.
죄악은 쉽게 물들게 마련이니
질환을 얻지 않으려면
하느님을 안전에 섬겨야 하네.
딱 떨어지는 처방약을 구하기에 앞서
고해를 먼저 서둘러야 하네.
주치의를 불러오기에 앞서서
병든 영혼부터 치료해야 하겠지.
돌팔이들은 이렇게 말하네.
"몸뚱이가 살아 있으면 영혼은 절로 따라 붙는 거요!"
그러나 육신에 매달리다가
영육을 모두 여의게 되고,
당장은 고통을 모면할지 모르나
영원한 병고에 시달리게 된다네.
죄악에 물들어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니
용한 의술을 찾아 헤매면서
은총 따위 필요 없다며 목숨만 부지하려다가
영혼이 결딴나고 마니,
진작 하느님을 섬기고
자비와 도움과 은총을 빌었으면 좋았을 것을.
마카베오가 만약
애당초 계획했던 대로
로마와 동맹을 맺는 대신에 하느님께 의탁하였더라면
오래 장수를 누렸을 걸세.
히즈키야가 하느님께로 마음이 돌아와서
하느님의 뜻하신 대로
좇았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죽고 말았을 걸세.
또 므나세가 마음을 고쳐먹지 않았더라면
하느님은 그의 기도를 듣지 않으셨을 걸세.
주님께서 오랜 병고에 시달려서 쇠약해진
병상의 환자에게 이르셨네.
"일어나서 가거라. 깨끗하게 되어라. 바보 노릇을 삼가라.
그러면 너에게 곤경이 닥치지 않을 것이다!"
병에 걸리고 나면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고 철석같이 맹세들 한다네.
그런데 이런 말도 곧잘 들려오더군.
"병이 나았는데, 인간은 더욱 개차반이 되었군!"
하느님을 속여 넘겼다, 신난다 하겠지만,
머잖아 더 큰 재앙이 닥칠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