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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01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옮긴이 주

게르트 기거렌처 선생의 <Calculated Risks>를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전현우 씨와 함께 옮겼다. 책을 옮기면서 옮긴이의 주를 몇 군데 달았지만 대중서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집자의 판단에 따라 활자로 인쇄되지는 못했다. 관심 있는 독자를 위해 옮긴이의 주를 블로그에 옮겨놓는다.


[관련글]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역자 후기

출판사 책 소개 페이지


한 사람이 평생 살아가면서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3장 47쪽)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1년 기준 5229명으로, 인구를 약 5000만으로 보면 매년 약 9500명 가운데 한 명 꼴로 길 위에서 사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 월등히 높고, 차량 총 주행거리 역시 짧은 편이기 때문에 승용차 주행거리당 사망자 수는 OECD 국가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OECD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2008년 한국에서는 승용차 주행거리 2474만 킬로미터(약 400km 수준인 서울-부산을 약 85년 정도 매일 왕복 운전한 거리) 당 한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던 반면 미국에서는 1억 1026만 킬로미터 당, 독일에서는 1억 9461만 킬로미터 당 한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어떤 ‘예술가’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진료 기록을 살펴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6장 121쪽)


저자는 artist를 최고 수준의 기예를 발휘하는 의료 전문가라는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구현하는 예술가라는 의미를 중의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예술가라는 표현으로 번역했다. 히포크라테스의 경구로 유명한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Ars longa, vita brevis).”는 문장도 “의사 한 사람이 의술을 완전히 익히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시간은 너무나 짧다.”로 풀이하는 편이 낫다.



충분한 설명에 따른 동의라는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특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호프라게와 나는 대장암·페닐케톤뇨증·강직성 척추염에 대한 표준적인 검사 결과를 의사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연 빈도를 사용해 제시했다. (6장 144쪽)


페닐케톤뇨증은 아미노산의 하나인 페닐알라닌 대사 장애가 있는 선천성 유전병으로 체내에 페닐알라닌과 대사 산물이 축적되어 지능 장애, 담갈색 모발, 피부의 색소 결핍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페닐케톤뇨증이 있는 신생아는 진단 후 페닐알라닌이 적은 특수 분유를 먹여 치료가 가능하지만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영구적인 지능 장애와 발달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여기서는 대장암에 대해 표준적인 검사 방법으로 사용되는 잠혈 검사에 대해서만 검토해볼 것이다. (6장 144쪽)


한국에서 50세가 넘은 모든 사람에게 매년 잠혈 검사를, 그리고 매 10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수행한다고 해보자. 50-74세 인구는 2010년 기준으로 1212만 명이다. 이들에게 매년 잠혈 검사를 수행하려면 연간 약 1217억 원이 소요된다. 또 이들을 10개의 균등한 숫자로 이뤄진 집단으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10년마다 한 번 수행하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면 연간 약 1592억원이 필요하다. 결국 두 검사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매년 약 2809억 원 수준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국가암조기검진사업에서는 대장암 검진을 위해 잠혈 검사를 1차로 시행하는 한편, 결과가 양성일 때 대장내시경 또는 대장이중조영 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계산에는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전재관 박사가 도움을 주었다.



법정에서의 절차에 대한 지침서와 법학 교과 과정에 심리학과 통계학을 포함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9장 218쪽)


참고로, 우리 법원의 실무에서 확률에 대한 고려는 거의 행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 책이 우려하는 사태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통계나 회귀분석이 공정거래법 사건 등에서는 약간 쓰이고 있으나, 통계 관련 전문가 증언이나 감정은 그 자체로 믿어서는 안 되고 다시 법원이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특히 형사사건에서 확률이나 통계가 증거로 제출되는 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법률가 일반이 이런 통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상황은 서구와 동일하므로, 전문가 증언에 대한 법원의 평가가 잘못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형석 교수가 도움을 주었다.



“통계적 생각은 언젠가 반드시 읽고 쓰는 능력과 마찬가지로 유효한 시민권에 필수적인 것이 될 것이다.” 웰스가 한 말이다. (12장 271쪽)


H. G. 웰스의 1903년 작 『만들어지고 있는 인류Mankind in the making』에 수학적 분석이 중요하다는 표현이 들어간 문장이 실려 있지만 통계학에 관한 언급은 없다. 저명한 통계학자이며 미국 통계학회장을 지낸 사무엘 윌크스가 1950년 110차 미국 통계학회 연례 회의 연설에서 웰스를 빌어 미래의 시민은 통계적 사고가 읽고 쓰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하게 될 것이라는 표현을 남겨 유명하게 되었다. 웰스의 표현이 바뀌어 온 과정은 텍사스 대학의 제임스 탱커드 주니어가 쓴 「통계학에 대한 H. G. 웰스의 언급: 정확한 질문」이라는 소논문에 상세히 나와 있다. (출처: Historia Mathematica 1979:6;30-33)

Posted by 사이버독 cyber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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