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3쇄를 찍게 되면서, 2쇄를 찍으면서도 찾아내지 못한 오탈자를 바로잡습니다. 사서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금 고맙습니다. (2014년 1월 20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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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쪽, 347쪽, 367쪽, 368쪽의 "토마스 베이즈"를 "토머스 베이즈"로 수정.

222쪽 19째 줄 "방사선 사진autoradiogram"을 "자가조직방사선사진autoradiogram"으로 수정.

274쪽 [표 12-1] "내과적 치료(비외과적"에 오른쪽 괄호 추가.

307쪽 인용문 6째 줄 "토마스 제퍼슨"을 "토머스 제퍼슨"으로 수정.

317쪽 6째 줄 "corecctness"를 "correctness"로 수정.

321쪽 18째 줄 "미국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를 "미국예방의료특별위원회"로 수정.

363쪽 6째 줄 "체리"를 "버찌"로 수정.

368쪽 4째 줄 "니콜라스 손더슨Nicolas Saunderson"을 "니컬러스 손더슨Nicholas Saunderson"으로 수정.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2쇄를 찍게 되면서 1쇄에 생긴 오탈자와 오역을 바로잡습니다. 읽고 지적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2013년 10월 22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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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쪽 8째 줄 "하지만 흡연이 얼마나 건강에 위험한지 대중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중복 인쇄되어 삭제.


59쪽 7째 줄 "일괄되게"는 "일관되게"로, 16째 줄 "항성성"은 "항상성"으로 수정.


130쪽 14째줄 "민감도(참양성율)"는 "민감도(참양성률)"로, "특이도(위양성률)"는 "특이도(참음성률)"로 수정.


144쪽 18째줄 "fetal"은 "fecal"로 수정.


150쪽 22째줄 "잠혈 검사를 받은 1만 명"은 "잠혈 검사에서 양성인 1만 명"으로 수정.


195쪽 앨런 M. 더쇼비츠 인용문 첫 문장 "진실만, 완전한 진실만을 말할 것이며 진실이 아닌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습니다."를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겠습니다."로 수정.


204쪽 15째줄 "즉 파트너에게 살해된 여성의 대부분이 폭행당하는 여성이었다는 사실은"을 "즉 학대당하다 살해된 여성 대다수(9명 중 8명)가 파트너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은"으로 수정.


238쪽 8째 줄 "위양성율"은 "위양성률"로 수정.


239쪽 [그림 10-2] 설명문 중 두 곳의 "프로필"을 "프로파일"로 수정.


327쪽 [그림 14-1] y축 제목을 "정답 백분율 중앙값"으로 수정.


346쪽 13째 줄 "민감도 및 위양성"을 "민감도 및 위음성"으로 수정.


353쪽 11째 줄 "false nagative"를 "false negative"로 수정.


357쪽 조기 진단early detection 항목 제목과 설명의 "조기 진단"을 모두 "조기 발견"으로 수정.


359쪽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 항목 첫 줄 "위약 효과"를 "플라세보 효과"로 수정.


368쪽 4째 줄 "니콜라스 선더슨"을 "니콜라스 손더슨"으로 수정.


383쪽 4째 줄 "가능성 비율"은 "가능도 비"로 수정. 6째 줄 수식 분모의 G 중 두 곳 빠진 윗줄 추가.


393쪽 6째 줄 수식 좌변 분모 "p(not-H)"를 "p(not-H|D)"로 수정.


403쪽 Douglas, M. & Wildavsky, A. (1982) 뒤에 "한국어판: 김귀곤, 김명진 옮김, [환경위험과 문화: 기술과 환경위험의 선택에 대한 소고], 명보문화사, 1993." 추가.


404쪽 Feynman, R. P. (1967) 뒤에 "한국어판: 안동완 옮김, [물리법칙의 특성], 해나무 출판사, 1992." 추가.


405쪽 "Garnick, A. (1999, October 4)"를 "Gawande, A. (1999, October 4)"로 수정. "Garnick, M. B. (1994). The dilemmas of prostate cancer. Scientific American, 270, 52-59."를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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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강형평성학회 소식> 제2호(2008.2)에 『지도와 권력』을 읽고 쓴 서평이다. 당시 결혼을 앞두고 조립한 글이라 애초에 생각했던 논지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마무리한 듯한 아쉬움이 든다. 『지도와 권력』은 2012년 9월에 『세계지도에서 권력을 읽다』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와 있다.


아서 제이 클링호퍼 저/이용주 역 | 알마 | 원제 The Power of Projections | 2007년 10월


사회과부도건 지리부도건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도책에서는 백제군과 신라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고, 십자군의 수차례 침공을 막아내는 이슬람군의 놀라운 전술이 있었으며, 대나무와 쌀보리가 차령산맥을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시시한 위인전 빼고는 달리 읽을거리가 없던 소년에게 지도책은 나와 세상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패스워드였다.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다니던 부동산에도 벽에 지도가 걸려 있었다. 지도책에 나오는 논밭과 임야 기호, 그리고 등고선은 희미하기만 하였다. 각종 재개발 예정지, 지하철 역사 선정지 등 한 푼이라도 더 높은 값으로 매겨지기 위해 안달인 표시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출금으로 전세 아파트를 구하려는 청년에게 지도는 모든 물질이 돈으로 환산되어야한다는 자본주의 원리를 확인시켜주는 삽화였다.


『지도와 권력』이라는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원제는 투영된 권력: 지도는 어떻게 국제 정치와 역사를 반영하는가(The Power of Projection: How Maps Reflect Global Politics and History)이다. (필자가 편집자였다면 '와'라는 건조한 조사로 연결된 제목보다 원제에 가깝게 『투영된 권력』 또는 『지도는 권력이다』라는 제목을 붙였을 것이다.) 저자 아서 제이 클링호퍼 교수는 미국 럿거스 대학(Rutgers University)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다수의 저서를 통해 인권, 학살, 소비에트, 아파르트헤이트, 원유와 금의 정치학 등의 주제를 다룬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지도 제작자의 관점이 어떻게 지도에 투영되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현대까지의 다양한 지도 제작 원리를 탐구하여 지도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저자의 주요 논지는 실제로 3차원인 지구를 2차원의 지도로 만드는 과정에는 반드시 왜곡이 개입될 것이고, 이러한 왜곡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지도 제작자의 의도와 제작자가 살고 있는 시대가 투영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 지도하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지도가 바로 메르카토르 투영도법에 의해 그려진 세계지도다. 이 투영도법에 따르면 위도가 적도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면적이 넓게 그려져서 북아메리카와 유럽이 아프리카나 인도보다 훨씬 크게 보인다. (실제로는 북아메리카는 아프리카 면적의 3분의 2 정도이며, 유럽 전체가 인도와 비슷하다.) 저자는 그 이유로 지도 제작자 메르카토르가 살고 있던 16세기 유럽의 시대적 한계와 지도 판매라는 상업적 고려를 꼽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그의 지도를 통해 전세계 학생들에게 서양 중심의 지리관과 세계관을 심어주는 구실을 하게 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메르카토르 투영도법(Mercator projection) 세계지도(출처: 위키피디아)


반면 '정치적 올바름'에 입각하여 세계 지도를 다시 그린 경우도 있었다. 독일 출신 아르노 페터스는 지도가 사회정의 구현과 투쟁에서 중요하다고 믿었고, 등면적 도법을 이용하여 '백인 우월주의와 외국인 혐오에 근거한 과거의 세계지도와 달리, 부유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심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도를 그리고자 했다. 그 결과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크기가 줄어들고,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가 커져서 세로로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지도는 지리학계에서는 배척당했지만 상업적 의도에서 기획되어 결과적으로 제국주의 세계관 수립에 일조한 메르카토르 지도에 대한 도전이라는 정치적 의도를 지녀서 저자는 이 둘을 상호 보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골-페터스 투영도법(Gall-Peters projection) 세계지도(출처: 위키피디아)


이 책은 "지도는 세계의 역사와 정치를 묘사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지만 그것은 단지 반영에 불과하"므로, 지도 제작의 "과정을 숙고하고 그것을 만든 제작자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자"는 저자의 의도가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으므로, 밑줄 그어가며 심각히 읽지 않아도 지도 제작에 얽힌 정치와 역사의 이면을 파악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관련 분야의 전공자에게도 70여 쪽에 달하는 후주가 달려 있어서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하지만 2006년에 초판이 나온 책답지 않게 전지구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지리정보시스템(GIS)의 활용과 보급에 담긴 정치사회적 의미와 개인이 맞춤형 지도를 제작할 수 있게 된 컴퓨터 환경의 발전과 잠재력에 대해서는 깊은 통찰을 보여주지 못하고 저널리즘적 해석을 경계해야 된다고 언급하고 넘어간 점은 아쉽다.


현재 건강형평성 연구 분야에서는 좀더 다양하고 과감한 형태의 테마 지도의 제작과 보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 수준뿐만 아니라 집단 수준, 특히 지역 수준의 건강형평성 제고를 위해서 지역 단위의 기본적인 시각화는 필수적이다. 최근 월드맵퍼(Worldmapper: The Human Anatomy of a Small Planet) 연구는 전 세계의 공중보건비용을 지도화하고,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역별 영아 사망률, HIV/AIDS 유병률, 말라리아 발생건수 등을 왜곡시켜 지도화한 것으로 흥미로운 연구 사례이고, 지역 수준의 건강형평성 제고를 위해 공간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연구의 질과 양이 날로 증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를 위해서는 Social Science and Medicine 통권 65권 9호, 2007년 11월호 특집호를 보라.)


영아사망률 세계 분포(출처: 월드맵퍼)


저자는 감사의 말에서 "내게 세계를 알려주셨고, 내가 플라스틱 삽으로 땅을 파내려 간다면 결국 중국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셨던" 부모님께 책을 바친다고 하였다. 한국의 건강형평성 연구에서도 '생태학적 오류(ecologic fallacy)'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공간 정보를 활용한 연구가 날로 늘어나기를 기대하며 관심 있는 회원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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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의료연구원 소식지 <근거와 가치> 2012년 가을호(통권 20호) [미디어 속 보건의료 이야기] 코너에 영화 '유돈노우잭'에 대한 감상평을 써서 보냈다. 쓰기 시작할 때는 커트 보니것 선생이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키보키언>에서 시도한 대화 형식으로 재밌게 구성해보려 했으나 능력 부족을 절감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Jack Kevorkian은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제27차 외래어 심의회 1999년 4월 22일)에 따르면 잭 키보키언이다. 표기법에 맞춰 써보냈더니 편집자가 모두 케보키언으로 바꿔놓았다.


잭 키보키언을 아시나요?

- 영화 '유돈노우잭'에 대한 단상


가을 태풍이 심하게 부는 날이었다. 밀린 일과 원고 마감에 힘겨워하다 잠이 들었다.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창문 소리에 맞춰 의식은 푸른 터널을 통과했다. 긴 터널 끝에 백발의 노인 잭 키보키언이 서 있었다.


황승식(이하 황): 키보키언 박사님 아니신가요? 텍사스 주 헌츠빌의 독극물 주사 사형실에서 풀려나신 건가요?

잭 키보키언(이하 키): 내가 미국에서 유명한 줄은 알았지만, 한국에서도 아는 사람이 있다니 놀랍구려. 커트 보니것 형님이 돌아가신 뒤로 다시는 임사체험을 위해 사형실로 불려 가지는 않는다오.

황: 한국에서도 선생님은 ‘죽음의 의사’로 알려져 있죠. 그나저나 선생님은 돌아가실 때 의사 조력을 얻진 않으셨던데, 무슨 이유가 있으셨나요?

키: 나야 간암에 신장도 나빠져서 고통 없는 상태로 죽음을 맞았으니 굳이 다른 의사나 약물의 도움을 얻을 필요가 없었지. 그걸 캐묻기 위해 여기까지 왔소?

황: (당황하며) 아뇨, 오늘은 선생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유돈노우잭> 얘기를 듣기 위해 찾아왔어요. 알 파치노 연기는 마음에 드셨나요?

키: 대단했지! 내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캐릭터 분석을 많이 했어. 알이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탈 때는 내가 직접 시상식까지 가서 축하해줬지. 한국에서는 이 영화를 많이 봤소?

황: 저도 에미상 시상식 장면을 봤는데 배우보다 선생님께서 더 기쁜 표정이시던데요? 아쉽게도 케이블 영화라 한국에서 극장 개봉은 못 하고 바로 DVD로 출시됐어요.

키: (기침하며) 아, 그랬군. 나도 2007년에 출소한 뒤로 알을 처음 만났다네. 참 멋진 배우야.

황: 췌장암 진단을 받고 선생님 조력으로 세상을 마친 시민운동가 역할을 한 수전 서랜든은 어땠나요?

키: 알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여배우와는 처음으로 연기해서 기뻤다더군. 나는 수전과 자주 만나진 못했는데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큰 키라 올려다보기 힘들었다네.

황: 저는 선생님이 재판정의 판사 역할로 카메오 출연한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그 때 기분은 어떠셨나요?

키: 베리(베리 레빈슨 감독을 말함)가 갑자기 한 번 해보겠느냐고 물어서 흔쾌히 수락했지. 내가 재판을 여러 번 받아봐서 판사 연기하긴 어렵지 않았다네(웃음).

황: 푸른 터널 끝에서 혹시 선생님 도움으로 이곳에 온 사람을 만나진 않으셨나요?

키: 여기가 생각보다 넓은 곳이라 아직 한 명도 못 만나기는 했지만 만나면 틀림없이 나한테 고마워할 거라네.

황: 제가 아직 여기 오기엔 일러서 곧 되돌아가야겠네요. 선생님, 만나 뵙게 돼서 반가웠고요, 혹시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한테 해주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키: 나를 욕하기 전에 일단 영화를 꼭 한 번 보라고 하고 싶네. 한국도 고통스럽게 죽을 것인가, 아니면 존엄하게 죽을 것인가를 본인이 충분히 판단 가능한 때가 되지 않았소?


의사 조력 자살이라는 문제를 대할 때 많은 사람들은 죄는 사랑하되 죄인을 미워하기 십상이다. 자비로운 살인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도 죽음의 의사인 잭 키보키언과는 선을 긋는다. 〈유돈노우잭: 잭 키보키언의 삶과 죽음〉은 2010년 미국 케이블 채널 HBO에서 상영된 영화로 미시간 주 병리학자인 잭 키보키언의 일대기를 다뤘다. 키보키언 역은 배우 알 파치노가 맡아 열연을 펼쳐 62회 에미상과 68회 골든글로브상 남우주연상 부문을 휩쓸었다. 전기 영화는 필연적으로 주인공을 향해 동정의 시선을 보내기 마련이다. 잭 키보키언의 전기는 순교자로 가장한 자기애적 열정을 풀어놨지만, 알 파치노는 가장 비열한 악당에게도 애정을 품게 하는 재능을 갖고 있다. 그는 역할에 침잠하면서도 결코 키보키언의 괴짜 같은 매력이 캐릭터의 병적인 자기애를 덮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안경을 쓰고 평범한 외모로 등장하는 수전 서랜든은 키보키언과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지역의 헴록 협회 대표인 자넷 굳 역을 맡아 기민한 연기를 펼쳤다.

안락사에 대한 영화는 아무리 대본을 신중하게 집필했다고 해도 찬성과 반대, 어느 한 쪽의 공격과 비난을 피하기란 불가능하며, 기껏해야 양쪽이 불평할 만한 꺼리를 찾아내는 데서 타협하게 된다. 영화는 죽음의 의사라는 별명이 붙은 남자의 죽을 권리를 향한 열정과 편협한 자기애라는 양면을 대담하게 묘사했다.

베리 레빈슨 감독은 1998년 키보키언이 토마스 유크에게 치명적인 약물을 주입하는 장면을 보여줬던 “60분” 장면 일부를 포함하여 다큐멘터리처럼 영화를 구성했다. 이 사건으로 키보키언은 1999년에 2급 살인죄로 기소되어 2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7년에야 가석방됐다. 키보키언은 언론에 자신을 설명하는데 심혈을 기울였지만, 미국에서 말기환자 치료를 나치 실험에 비교하거나 미국을 전체주의로 묘사하는 등 극단적인 수사로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는 의료윤리나 다른 전문가의 의견 또는 법적 구속에 대해 부주의했고, 환자의 말과 자신의 판단에만 의지했다. 영화는 키보키언의 죽을 권리 실행에 대한 열의와 독선, 그리고 오싹한 비열함을 잘 포착했다. 그는 자신의 피를 이용해 오싹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허름한 아파트에서 직접 만든 낡은 죽음으로 이끄는 기구를 제작하며, 낡은 승합차를 이용해 환자를 죽음으로 이끌기도 했다.

대중적이지 않다는 이유가 설득력을 훼손하진 못하고, 유창하지 못한 연설이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도 있다. 영화 〈유돈노우잭〉은 죽음을 옹호하는 한 노인을 사려 깊고 통찰력 있게 묘사한 수작이다. 케이블 채널 HBO에서 제작한 관계로 국내에서는 극장 상영을 못하고 바로 DVD로 판매된 점은 몇 년이 지나도 애석하지만, 몇 개의 영화가 스크린을 과점한 시대에 과연 상업적 상영이 가능했을지 의문이긴 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지난 2009년 김 할머니 인공호흡기 제거 판결 이후로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이라는 용어 통일과 관련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차례 토론회를 개최했고,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률적 보완과 사회적 합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11년 현재 한국은 하루 평균 44명이 자살하고 20대 사망자 중 절반은 자살이며, 급속한 노령화에 노인 자살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자살 공화국이다. 키보키언은 질병으로 고통받으며 가망 없이 연명하고 있는 환자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과격하게 주창했다. 한국 사회는 삶이 살만한 가치가 있고, 누릴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는데도 실패했다. 이래서는 키보키언이 설파한 존엄하게 죽을 권리 논의를 감히 꺼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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