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트 기거렌처 선생의 <Calculated Risks>를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전현우 씨와 함께 옮겼다. 책을 옮기면서 옮긴이의 주를 몇 군데 달았지만 대중서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집자의 판단에 따라 활자로 인쇄되지는 못했다. 관심 있는 독자를 위해 옮긴이의 주를 블로그에 옮겨놓는다.


[관련글]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역자 후기

출판사 책 소개 페이지


한 사람이 평생 살아가면서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3장 47쪽)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1년 기준 5229명으로, 인구를 약 5000만으로 보면 매년 약 9500명 가운데 한 명 꼴로 길 위에서 사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 월등히 높고, 차량 총 주행거리 역시 짧은 편이기 때문에 승용차 주행거리당 사망자 수는 OECD 국가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OECD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2008년 한국에서는 승용차 주행거리 2474만 킬로미터(약 400km 수준인 서울-부산을 약 85년 정도 매일 왕복 운전한 거리) 당 한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던 반면 미국에서는 1억 1026만 킬로미터 당, 독일에서는 1억 9461만 킬로미터 당 한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어떤 ‘예술가’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진료 기록을 살펴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6장 121쪽)


저자는 artist를 최고 수준의 기예를 발휘하는 의료 전문가라는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구현하는 예술가라는 의미를 중의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예술가라는 표현으로 번역했다. 히포크라테스의 경구로 유명한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Ars longa, vita brevis).”는 문장도 “의사 한 사람이 의술을 완전히 익히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시간은 너무나 짧다.”로 풀이하는 편이 낫다.



충분한 설명에 따른 동의라는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특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호프라게와 나는 대장암·페닐케톤뇨증·강직성 척추염에 대한 표준적인 검사 결과를 의사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연 빈도를 사용해 제시했다. (6장 144쪽)


페닐케톤뇨증은 아미노산의 하나인 페닐알라닌 대사 장애가 있는 선천성 유전병으로 체내에 페닐알라닌과 대사 산물이 축적되어 지능 장애, 담갈색 모발, 피부의 색소 결핍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페닐케톤뇨증이 있는 신생아는 진단 후 페닐알라닌이 적은 특수 분유를 먹여 치료가 가능하지만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영구적인 지능 장애와 발달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여기서는 대장암에 대해 표준적인 검사 방법으로 사용되는 잠혈 검사에 대해서만 검토해볼 것이다. (6장 144쪽)


한국에서 50세가 넘은 모든 사람에게 매년 잠혈 검사를, 그리고 매 10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수행한다고 해보자. 50-74세 인구는 2010년 기준으로 1212만 명이다. 이들에게 매년 잠혈 검사를 수행하려면 연간 약 1217억 원이 소요된다. 또 이들을 10개의 균등한 숫자로 이뤄진 집단으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10년마다 한 번 수행하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면 연간 약 1592억원이 필요하다. 결국 두 검사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매년 약 2809억 원 수준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국가암조기검진사업에서는 대장암 검진을 위해 잠혈 검사를 1차로 시행하는 한편, 결과가 양성일 때 대장내시경 또는 대장이중조영 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계산에는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전재관 박사가 도움을 주었다.



법정에서의 절차에 대한 지침서와 법학 교과 과정에 심리학과 통계학을 포함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9장 218쪽)


참고로, 우리 법원의 실무에서 확률에 대한 고려는 거의 행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 책이 우려하는 사태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통계나 회귀분석이 공정거래법 사건 등에서는 약간 쓰이고 있으나, 통계 관련 전문가 증언이나 감정은 그 자체로 믿어서는 안 되고 다시 법원이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특히 형사사건에서 확률이나 통계가 증거로 제출되는 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법률가 일반이 이런 통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상황은 서구와 동일하므로, 전문가 증언에 대한 법원의 평가가 잘못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형석 교수가 도움을 주었다.



“통계적 생각은 언젠가 반드시 읽고 쓰는 능력과 마찬가지로 유효한 시민권에 필수적인 것이 될 것이다.” 웰스가 한 말이다. (12장 271쪽)


H. G. 웰스의 1903년 작 『만들어지고 있는 인류Mankind in the making』에 수학적 분석이 중요하다는 표현이 들어간 문장이 실려 있지만 통계학에 관한 언급은 없다. 저명한 통계학자이며 미국 통계학회장을 지낸 사무엘 윌크스가 1950년 110차 미국 통계학회 연례 회의 연설에서 웰스를 빌어 미래의 시민은 통계적 사고가 읽고 쓰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하게 될 것이라는 표현을 남겨 유명하게 되었다. 웰스의 표현이 바뀌어 온 과정은 텍사스 대학의 제임스 탱커드 주니어가 쓴 「통계학에 대한 H. G. 웰스의 언급: 정확한 질문」이라는 소논문에 상세히 나와 있다. (출처: Historia Mathematica 1979:6;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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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책을 번역하게 됐고, 번역하다 보니 공부할 꺼리가 많아 관련 서적을 계속 사보게 됐다. "번역, 이럴 땐 이렇게"는 통번역 강의 10 경력의 저자가 경험을 살려 만든 책으로 일단 번역 초고를 만든 다음 문장을 매끄럽게 만드는 방법과 예문이 제시되어 있다. 2 번역 강의 4 과학이 의약 분야 예문이기도 해서 가지 의견을 남겨 놓는다.


70. 6. Early detection is vital to preventing cancer. 예방에는 조기 검진이 최선책이다.

- early detection 대개 조기 발견으로 옮긴다. screening 검진으로 옮긴다. vital 최선이라고 옮긴 부분도 약해 보인다. 나라면 " 예방에는 조기 발견이 필수적이다." 옮길 듯하다. 문장의 정확한 출처를 모르겠지만 내용이 잘못됐다는 점이 문제다. 조기 발견과 조기 검진은 암을 예방할 없고 조기 치료를 통해 사망률을 낮출 있을 뿐이다. 조기 검진을 열심히 하면 발견율이 높아져 환자가 늘어나게 된다. 한국에서 유방암과 갑상선암 발생률의 폭발적인 증가가 좋은 사례다.


164. Nature's Drugs 학생번역: 자연의 , 수정번역: 천연약품 대세

- 예문의 뉴스위크 기사는 청자 고둥의 치명적인 독에서 프리알트(Prialt)라는 새로운 진통제를 개발한 사례가 실려 있다. 천연 상태의 물질에서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는 경우 '천연물 신약'이라고 부른다. 그냥 '천연물 신약'이라고 옮기던가, '늘어나는 천연물 신약' 정도로 옮길 듯하다.


177. 7 | I think I will get a second opinion. 다른 의사에게 검진 받아 봐야겠어요.

- second opinion 암과 같이 위중한 질환인 경우 다른 의사에게 진단을 확인을 의뢰하는 경우를 말한다. 한국처럼 상급종합병원에 접근성이 좋아 의료 쇼핑이 만연한 나라에서 매우 흔하다. 위에 설명한대로 screening 주로 '검진'이라고 옮긴다. 문장은 "다른 의사에게 다시 진찰[진단] 받아볼게요." 옮기면 좋겠다.


177. 8 | The doctor is conducting a clinical trial of the drug. 의사가 약을 임상 실험 하고 있다.

- clinical trial 식약처 고시나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집에 '임상 시험'으로 명시되어 있다. 의약보건 전문지 기자가 '임상 실험'으로 표현한 기사를 보고 혀를 적이 아직도 있다. 통번역 강의 10 경력에 과학 분야를 별도 절로 서술하고 있는 책에서 놓칠 만한 실수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의사가 해당 약의 임상 시험을 수행 중이다." 정도가 적당하다.


177. 10 | Sometimes, a blood donor can be a disease carrier. 헌혈자가 질병 보균자 수가 있다.

헌혈 혈액에서 조사하는 항목은 세균이 아니라 주로 바이러스다. 만성 바이러스 감염자는 보균자가 아니라 보유자로 쓴다. "헌혈자가 유병자일 수도 있다." 또는 carrier 의미를 살려 "헌혈자가 질병을 옮길 수도 있다." 옮기면 좋겠다.


177. 11 | He developed complications. 그가 합병증 일으켰다.

- 합병증을 일으켰다로 쓰면 그가 주체인지 객체인지 헷갈릴 있다. 물론 문맥을 통해 환자임을 쉽게 수도 있다. "그가 합병증이 생겼다." 옮기면 좋겠다.


177. 12 | The persistent use of the pesticide generates more resistant pests. 해충제를 계속 사용하면 해충에게 내성 생긴다.

- pesticide 살충제 또는 농약으로 옮긴다. 해충제는 명백한 오류다.


이처럼 통번역 전문가도 전문 분야 번역은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전문 서적은 전공자가 번역하고 편집자가 다듬는 방식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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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번역자가 관련 전문 지식이 부족해 적절하지 않은 용어와 표현으로 옮긴 경우다. 다른 하나는 번역자와 편집자가 게을러 얼토당토 않게 옮긴 경우다. 전자는 정황 상 이해되기도 하지만 후자는 돈내고 책을 사는 독자를 우롱하는 행위다. 샤론 버치 맥그레인의 'The Theory That Would Not Die'가 '불멸의 이론'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스위스 학회 참석 중에 이 소식을 알고 부랴부랴 주문해 일단 '8장. 질병의 원인을 찾다'부터 원문과 대조해 읽어봤다. 전공자로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치밀게 하는 번역이 보이길래 블로그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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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쪽. 8장. 질병의 원인을 찾다

- 8장의 원제는 "제롬 콘필드, 폐암, 심장 발작(Jerome Cornfield, Lung Cancer, Heart Attack)"이다. 역자는 1장 원제인 "공기 중의 원인(Causes in the air)"을 "토머스 베이즈, 이론을 탄생시키다"로, 2장 원제인 "모든 것을 이룬 남자(The Man Who Did Everything)"를 "라플라스, 모든 것을 이루었던 남자"로 옮겼다. 콘필드가 베이즈나 라플라스보다 대중의 인지도가 낮은건 분명하지만 관련 전공자 입장에서 매우 아쉽다.


244쪽. 현대적인 개념의 임상실험

- 원문의 modern controlled clinical trial을 번역한 표현이다. 대조라는 단어는 빼더라도 임상시험을 책 전체에서 임상실험으로 옮겨놓은 점은 큰 문제다. 임상시험은 이미 식약처 고시나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집에 나와 있는 용어다.


245쪽. 힐과 젊은 의사 한 명 그리고 전염병학자 리처드 돌, 이렇게 세 사람

- 책 번역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진 부분이다. 원문의 Hill and a young physician and epidemiologist, Richard Doll을 위와 같이 옮겼다. 힐과 젊은 의사이자 역학자인 리처드 돌로 옮겨야 한다. 역자는 위대한 역학자 리처드 돌 경(Sir Richard Doll)의 일생에 대해 찾아본 적도 없음이 분명하다. 책 전체에서 epidemiology(-ist)를 역학(자)가 아니라 일관되게 전염병학(자)로 옮겨놓은 부분은 출판사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 들게 만들었다.


245쪽. 1918년에 발생했던 인플루엔자 전염병 사례

- 원문은 the influenza epidemic of 1918이다. epidemic도 그냥 전염병으로 옮겼다. '유행' 또는 '대유행'으로 옮긴다. 이 정도는 온라인 영어 사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용어다.


245쪽. 비전염성 질병에 대한 최초의 정교한 비교대조연구법(case-control study)

- 원문은 the first sophisticated case-control study of any noninfectious disease다. infectious disease는 이제 공식적으로 감염성 질병으로 옮긴다는 점은 넘어가자. case-control study는 의학용어집에 '환자-대조군 연구' 또는 '사례 대조 연구'로 명시되어 있다. 비교대조연구법은 도대체 어느 문헌을 참고했는지 알 수가 없다.


246쪽. 콘필드는 1933년에 뉴욕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 원문은 Cornfield had earned a bachelor's degree from New York University in 1933이다. 학사를 석사로 잘못 옮겼다. 졸지에 콘필드 선생이 학력 위조를 한 셈이 됐다. 더욱 문제는 이미 이 장 첫 문단에 "그가 받은 학위라고는 역사학 학사 학위뿐이었다."는 문장이, 마지막에 "1974년, 역사학 학사 학위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던 베이지안 생물통계학자가 미국 통계협회의 회장이 되었다."는 문장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같은 장 안에서 학사와 석사라는 표현이 충돌하는 점은 역자와 편집자의 조바심과 게으름을 동시에 보여주는 근거다.


247쪽. 표본 작업만이 실업자 수를 짐작하는 방법이라고 여겼다.

- 표본 작업의 원문은 sampling이다. 주로 (통계적) 표본 추출로 옮긴다.


247쪽. 아프리카계 미국인 서기 한 명

- 원문은 an African American statistical clerk다. 흑인이 아니라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쓴 부분은 저자가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했다고 읽을 수 있다. statistical clerk는 서기가 아니라 통계 조수다.


248쪽. 국립보건원의 전염병 전문가들은 만성 질병을 상대로 집중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 위에 지적한 대로 역자는 epidemiologist를 예외 없이 전염병 전문가 또는 전염병 학자로 옮겨놓고 있다. 심지어 위의 문장처럼 바로 이어서 만성 질병이 나와도 마찬가지다. 이쯤되면 역자가 전염병과 만성병의 정의를 알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진다.


248쪽. 1950년대와 1960년대를 통틀어서 국립보건원이 고용했던 사람들 가운데 통계 전문가가 가장 많을 때라고 해봐야 그 비중은 10~20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 '10~20퍼센트밖에'라는 대목에 놀라 원문을 살폈다. throughout the 1950s and 1960s NIH employed only ten or 20 statisticians at any one time이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50년대와 60년대 어느 시기에도 열명에서 스무명 이상 고용한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정확한 수치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도 미국 국립보건원에 근무하는 통계학자는 전체 인력의 10퍼센트가 넘지 않을 듯하다.


250쪽. 과거지향적인 회고적 연구(retrospective study)

- 바로 앞쪽에서는 retrospective를 모두 과거지향적으로 옮기더니 이쪽에서는 회고적이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바로 이어지는 문장에 전향적 연구(prospective study)가 나오므로 후향적으로 쓰면 된다. 옮길 때 의학용어집을 참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를 옮긴 이한음 씨는 retrospective를 역행적, prospective를 순행적이라고 창의적으로(!) 옮겼다.


251쪽. 메이오클리닉의 조셉 버크슨

- Mayo Clinic은 메이요 병원으로 옮긴다.


253쪽. 나이가 들면서 이 유전적 요인은 점점 약해져 담배를 많이 끊게 될 것이다.

- 피셔가 말한 대로 폐암의 원인이 흡연이 아니라 유전이라면 당연히 일어나야 할 상황을 콘필드가 가정해서 설명한 대목 중 한 문장이다. 유전적 요인이 약해져 담배를 많이 끊는다가 무슨 뜻일까? 원문은 Fisher's genetic factor would have to ... ; weaken with age after a smoker quit; 이다. 흡연자가 담배를 끊은 다음 나이가 들수록 유전적 요인은 약해질 것이다 정도가 좋겠다.


253쪽. 끊임없이 수정되던 가설이 이제 더이상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없는 지점에 이른 것이다.

- 하나도 즐거운 내용이 아닌데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가 무슨 뜻일까 읽다가 궁금해졌다. 원문은 when a continuously modified hypothesis becomes difficult to entertain seriously다. 가설이 계속 수정되면 더이상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정도로 해석된다. 옮겨놓고 맥락이 이상하면 사전을 뒤져 entertain이라는 동사에 '받아들이다'는 뜻이 있음을 확인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253쪽. 1964년에 미국 공중위생국은 "흡연은 폐암과 인과적인 관련이 있다."고 발표...

- 흡연과 건강에 관한 연구에서 역사적 위치를 차지하는 1964년 미국 공중보건총감(US Surgeon General) 보고서를 인용한 대목이다. 원문은 "남성에서 흡연은 폐암과 인과적 관련이 있다"로 나와 있다.


254쪽. 콘필드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고 곧 웃으면서 말했다. "크리스, 나도 그걸 곧 받게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위원회 동료 위원이 표본 크기를 질의하는 편지를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의 내용이다. 유머러스한 콘필드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인데 전혀 우습지가 않다. 원문은 There was a pause, and Cornfield grinned and said, "Christ, I hope so."다. 왜 답이 없냐는 성가신 핀잔을 받고 잠시 침묵하다가 웃으며 "세상에, 나도 곧 받길 바랍니다."로 퉁치며 넘어간 일화다. 졸지에 질문자 이름이 크리스가 됐다.


255쪽. 비누에 이 함수의 그래프를 그려서 시각화하기도 했다.

- 그래프를 그릴거면 칠판이나 종이에 그리지 굳이 비누에 그릴 이유가 없다. 원문에 쓰인 단어는 carving이다. 막대 비누를 깎아 까다로운 분포 함수를 시각화했다는 뜻이다.


255쪽. 살크 소아마비 백신

-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사람은 조너스 소크(Jonas Salk)다. 그의 이름을 딴 '소크 연구소'가 캘리포니아 주 라호야에 있다.


258쪽. 저혈압과 저콜레스테롤이라는 조건의 사람들에 비해서 심장병에 거릴 위험은 23퍼센트밖에 높지 않았다.

- '거릴'은 '걸릴'의 오타다. 23% more at risk라는 표현에 '밖에'라는 뜻은 없다. 23퍼센트나 높았다가 맞다.


258쪽. 복합 로지스틱 위험함수

- multiple logistic risk function은 다중 로지스틱 위험 함수로 옮긴다.


259쪽. "만일 피셔가 말했던 유의수준의 유지가 잠정적인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 유의수준이 잘못된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피셔와 평생 논쟁했던 콘필드의 육성을 인용한 대목이라 집중해서 읽었는데 번역 문장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원문은 이렇다. "If maintenance of [Fisher's] significance level interferes with the release of interim results, all I can say is so much the worse for the significance level."이다. 대략 옮기면 "[피셔의] 유의 수준을 유지하느라 중간 결과를 발표하기 어렵다면, 나는 그럴수록 유의 수준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가 된다. 피셔, 네이만, 콘필드가 벌인 가설 검정 논쟁 역사를 잘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260쪽. 주류 통계학 잡지

- mainstream statistics journals를 이렇게 옮겼다. 권위 있는 통계학 학술지 정도로 옮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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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13장 대통령이 될 사람은 누구인가부터 등장하는 현대 통계학의 천재 중 한 명이자 살즈버그가 "통계학의 피카소"로 묘사했던 존 튜키(John Tukey)를 일관되게 '터키'로 표기한 부분이 매우 거슬렸다. 링크한 위키백과만 찾아보더라도 발음 기호가 분명하게 나와 있다.


통계학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책으로 19세기까지는 스티글러의 "통계학의 역사", 20세기는 살즈버그의 "통계학의 피카소는 누구인가", 그리고 베이지언 통계학의 역사를 서술한 이 책 "불멸의 이론"을 추천할 수 있게 됐다. 조재근 교수님이 번역한 "통계학의 역사"를 제외하고 다른 두 권은 원저의 가치를 매우 깎아먹는 번역이 답답하고 아쉽다. 단언컨대, 학문의 위기는 번역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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