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정치, 그리고 건강: 임계점에 이른 환경보호청
중얼 연습 2017. 4. 6. 11:40 |'역학' 최신 호에 조엘 슈워츠 교수(하버드대 보건대학원)가 학술지를 발간하는 국제역학회를 대표해 환경보호청장 지명자 스콧 프루잇 지명을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길래 급히 옮겨두었다. 불행히도 지난 2월 17일 미국 상원은 프루잇 지명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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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정치, 그리고 건강: 임계점에 이른 환경보호청
국제환경역학회를 대표해 Joel Schwartz가 씀.
1970년 공화당원인 Richard Nixon 대통령이 초당적 지지를 얻어 미국 환경보호청을 설립했다. 깨끗한 대기법과 안전한 식수법과 같은 미국 국민의 건강을 오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중심 법안도 비슷하게 초당적 지지를 누렸다. 1980년대 초부터 규제에 대한 이데올로기 측면의 반대가 늘어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1980년대 야당인 민주당은 오염 통제 비용을 들여 건강 영향이 적다는 주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와 같은 반대를 위해 일반적으로 더 많은 과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합세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과학은 끝났고 영향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이 주장은 지지할 수 없게 됐다.
처음에는 2.5 마이크로미터 이하 미세먼지, 그리고 좀더 최근에는 오존이 조기 사망과 심근경색증을 포함해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폐렴, 심장마비, 뇌졸중 등으로 인한 입원도 비슷한 관련성을 보였다. 건강 영향에 끼치는 추정값은 크다. Fann 등이 환경보호청의 과학자문위원회가 조사한 용량-반응 곡선을 이용해 추정한 결과,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이 13만 명, 비치명적 심근경색증이 18만 명, 천식 악화가 250만 명에 이른다고 조사됐다. 추정에 사용한 역학 연구 관련성은 전세계적으로 수 십 개의 코호트 연구와 수 백 개의 시계열 연구에서 재현된 결과였다. 세계보건기구가 전세계 질병부담 추정에 적용한 결과, 이러한 오염 물질로 인한 조기 사망이 연간 5백만 명이 넘는다고 보고했다. 영국 왕립의사협회도 대기오염으로 인해 영국에서 매년 4만 명이 넘게 사망한다고 추정했다.
대기오염 물질로 인해 중개 결과(혈압, 염증, 자율신경계 기능, 혈관 내피 기능, 혈전 생성, 산소 섭취 등)가 변화한다는 관련성을 보여주는 독성학과 통제된 인간 노출 연구는 매우 많다. 비슷한 결과가 인간 패널 연구에서도 보고되어 왔다. 거주지에 실제와 가짜 입자 필터를 사용한 이중 맹검 연구 결과 입자 수준을 낮추면 염증 지표를 낮추고 염증 유발 유전자의 메틸화를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좀더 최근에는 인과 모형화 기법이 증거로 추가됐다. 이러한 증거 체계를 여기서 고찰하기에는 방대하지만, 영국이나 미국 환경보호청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외부 기구인 깨끗한 대기 과학 자문위원회와 같은 정부 기구 외에도 세계보건기구, 유엔 환경계획, 유럽연합과 같은 국제 기구가 소집한 전문가 과학 위원회가 검토한 바 있다. 미국심장협회나 미국심장학회와 같은 주요 의료단체뿐만 아니라 검토한 모든 집단은 대기오염과 건강에 인과 관계가 있다는 과학적 합의를 지지했다.
이 과학적 합의는 극단적 상황을 제외하고 사람이나 기업의 행동을 제한하지 말자는 데 중심을 두는 정치적 신념과 상충된다. 이러한 신념을 지닌 집단은 과학을 공격하거나, 만일 실패할 경우 과학계 자체를 공격해야만 갈등을 풀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국제환경역학회는 과학에 기반한 환경보건기준을 설정하는 기관인 환경보호청 수장에 지명된 Scott Pruitt이 반과학 신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 깊은 우려를 표한다. 오클라호마 주 법무장관 재직 시 환경 규제를 집행하는 지부를 해산시켰고, 거의 모든 주요한 대기오염 규제에 대해 환경보호청을 고소한 “연방주의” 지부로 대체했다. 저녁 뉴스에 날씨 지도를 보고, 먼 거리를 비행기로 여행하며, 이로 인해 오염을 겪은 사람이 있다는 점이 명백히 알려졌음에도 Pruitt는 주정부가 결정하도록 맡기는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Pruitt이 오클라호마 주 법무장관 재직 시 환경보호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따르면, 자신이 싫어한 규제일뿐 “불필요한” 규제와는 매우 거리가 멀며, 인간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규제이다. 실제로 규제가 실행된 이후 연간 1만 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다. 이 규제에는 최근 미국에서 미세먼지 감축의 혁혁한 공을 세운 주 경계를 넘는 대기오염을 줄이는 교차주 대기오염 법안과 해산물의 수은과 대기의 먼지 농도를 줄이는 수은 및 대기 독성법안이 포함된다. 이 법안은 미국 경제의 부를 유출하기보다는 비용을 훨씬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 예를 들어, 교차주 대기오염 법안에 대해 규제 영향 분석을 수행한 결과 경제적 이익이 비용의 100배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방법론과 경제성 분석은 국제적으로 저명한 환경 경제학자로 이뤄진 외부 위원회가 검토했고, 건강 영향 역시 환경보건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 외부 위원회가 검토했다.
보수주의자는 환경보호 규제에 대한 이의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연구 참여자의 의무 기록을 업계에 공개하지 않으면 환경보호청이 “비밀 과학”에 의존한 관계로 “건강에 대한 증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하고, 환경보건을 전공한 과학자가 자문위원회에 참여하면 비록 깨끗한 대기 과학 자문위원회의 각 위원이 검토한 수천 개의 논문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자신의 연구를 검토한” 관계로 “이해 상충”을 저질렀다고 우긴다. 미국 하원은 심지어 “위원회 구성원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자신의 업무에 대한 검토나 평가를 포함하는 자문 활동에 참여할 수 없”지만, 실제로 이해 상충을 저지르는 업계 과학자가 검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실질적이고 관련성이 있는 전문가는 위원회의 자문 활동에 잠재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단체와 제휴 또는 대표한다는 이유로 위원회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또한 정부 연구비를 받은 과학자는 환경보호청의 과학 자문위원회 참여가 금지되고,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비영리 기금 연구비를 받은 관련 분야 전문가 모두 배제될 것이다.
보수주의자 관점에서 바라지 않는 결과를 산출하는 과학과 과학적 검토 기구에 대한 예산 삭감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제암연구소에 대한 기금 출연 취소와 환경보호청 연구 예산 삭감 요청 시도가 있었다. 예산 삭감과 함께 과학자 개인에 대한 공격도 시도되고 있다. 하원 과학위원회는 최근 환경보호청을 비난하면 “위원회는 환경보호청 관료가 국제암연구소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인 Christopher Portier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문장만 보면 환경보호청이 과격한 환경론자와 공모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 Portier 박사는 미국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환경보건센터의 소장과 독성 물질 및 질병 등록국의 국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질병관리본부로 옮기기 전에는 국립환경건강과학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는 기후 과학자를 공격해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인위적 배출물에 의한 지구 온난화 영향이 불확실하다는 인상을 만들어냈던 것과 같은 방식의 공격이다. Pruitt는 내셔널 리뷰 작년 5월 호 논평에 “건강한 논쟁은 미국 민주주의의 활력소이고 지구 온난화는 우리 시대 주요 정책 논쟁 중 하나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 논쟁은 해결되지 않았다. 과학자는 지구 온난화의 단계와 범위, 그리고 인류 행동과의 연계에 대해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Pruitt의 선거 운동 본부와 주 법무장관의 생각에 동조하는 한 조직은 비슷한 설명을 하는 회사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모았고 오염 통제 규제에 반대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얼마 전에는 환경보호청이 석유회사가 유정 오염을 일으켰다고 추정하는데 불평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다른 서한에서는 환경보호청의 감사관으로 하여금 식수 오염의 영향 조사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Pruitt은 “문제를 보지 못하고 발견하지도 못하는” 정책을 선호한다는 의사를 비쳤다. 올해 그는 유정에 사용된 신규 설비가 메탄 배출 규정을 위반했다고 환경보호청을 고소했다.
Pruitt의 배경과 이력을 통해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고 실제로 미국이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기관의 장을 맡기에는 부적절한 선택임을 알 수 있다. 국제환경역학회는 대통령 당선인이 Pruitt의 지명을 철회하거나 미국 상원이 지명을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
글쓴이인 Joel Schwartz는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환경건강역학과 교수이고, 하버드대 환경센터 운영위원회 위원이자, 하버드대 위험분석센터 소장이다. 주요 연구 관심 분야는 대기오염, 중금속, 기후변화와 식수의 건강영향 등이다. 토지이용회귀 접근법, 원격 탐사 자료 및 화학 물질 수송 모형의 사용, 용량-반응 모형화, 생물 다양성 모형화와 방법론 연구를 포함한 환경 후성유전학, 유전환경 상호작용, 인과 모형화 데이터 융합에 진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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