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얼뉴스레터73호] 웃고 즐기는 의학 연구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중얼 연습 2013. 7. 29. 23:00 |웃고 즐기는 의학 연구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황승식(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사회의학교실)
권위 있는 의학 저널인 ‘영국의사협회지(BMJ)’는 매년 이 무렵 크리스마스 특집 호를 발간한다. 2011년에는 팝스타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27세를 일기로 요절하자 ‘27세 클럽은 실재하는가?’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연구 결과가 실렸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의대와 호주 퀸즐랜드 공대 연구진은 유명 뮤지션이 27세에 사망할 위험이 높은지를 통계적으로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연령에 따른 생존 분석을 수행하여 일차적으로 뮤지션 내에서, 이차적으로 일반 영국 인구집단과 비교하였다. 연구 대상은 1956년부터 2007년까지 영국에서 한 장이라도 음반을 발매한 1046명을 포함하여 분석했고, 이 중 71명(7%)이 사망하였다.
정교한 통계적 기법을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522명의 뮤지션 중 27세에 사망한 사례로 확인된 뮤지션은 세 명으로 사망률은 100 명 당 0.57명이었다. 이는 25세나 32세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유명 뮤지션의 경우 일반 영국 인구집단에 비해 20대와 30대에서 사망 위험이 두 세 배나 높음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27세 클럽이 실제 존재하는 현상이 아니라 전설에 가깝지만 명성이 뮤지션의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고 27세라는 연령에 제한되지도 않음을 밝혔다.
올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여러 편의 재밌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중 개의 우월한 후각 신경을 이용하여 대변과 환자에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 균을 확인한 연구는 제목만 읽어도 웃음이 터진다. 네덜란드 자유 대학 연구진은 대형 교육 병원 두 곳에서 환자-대조군 설계를 적용하여 개가 장염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 균을 환자와 대변에서 식별해낼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균의 냄새를 식별하도록 훈련된 두 살 먹은 비글을 이용하여 30명의 환자와 270명의 대조군에 대해 식별 여부를 시험했다.
환자의 감염 상태를 알 수 없는 조련사가 개를 이끌어 실험 대상자에게 데려 갔고 개가 균을 탐지하면 앉거나 눕도록 훈련시켰다. 놀랍게도 개가 균을 식별하는 민감도와 특이도는 대변에서 100%였으며, 30명의 환자에서는 25명을 식별하였고(민감도 83%), 270명의 대조군에서는 265명을 식별하였다(특이도 98%). 결론적으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 균을 탐지하도록 훈련된 개는 균에 감염된 환자와 대변 모두 잘 식별해낸다고 보고하고 잇다.
노벨상을 패러디하여 만들어진 이그 노벨상이 있다. 1991년 미국의 유머과학잡지인 《기발한 연구 연감》에 의해 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흉내낼 수 없거나 흉내내면 안 되는”(that cannot, or should not, be reproduced) 업적에 수여되며, 매년 가을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1~2주 전에 하버드 대학의 샌더스 극장에서 시상식을 가진다. 진짜 노벨상 수상자들도 다수 참석하여 시상에 참여하며, 논문 심사와 시상을 맡고 있다.
시상 부문은 유동적이나 대체적으로 노벨상의 여섯 부문(물리학 · 화학 · 의학 · 문학 · 평화 · 경제학)에 생물학상이 추가된 7개 부문이 거의 고정적이며, 보통은 실제 논문으로 발표된 과학적인 업적 가운데 재밌거나 엉뚱한 점이 있는 것에 상을 준다. 올해 신경과학상은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와 관련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크레이그 베닛 연구팀은 뇌 속 혈류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fMRI를 죽은 연어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죽은 연어의 촬영 결과에서도 뇌가 활성화됐을 때 나타나는 데이터들이 발견됐다. 당연히 거짓 양성 반응이다. 이 연구는 MRI 등 뇌 촬영 결과를 무조건 믿는 경향에 경종을 울리는 결과다.
일상이 팍팍할수록 웃음이 부족해진다. 한국의 중년 남성은 유머가 부족하기로는 최악의 집단이다. 영국의사협회지 크리스마스 특집과 이그노벨상 수상작을 보면 연구를 심각하지 않게 즐기는 방법을 일러준다.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나라보다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나라가 연구를 즐기는 진정한 과학 강국이라는 농담은 그저 농담이 아니다.
(새얼뉴스레터 2012년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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